17년전, 저의 나이 23살, 군 제대 후 복학하기 전

 교회선배의 권유로 경남 창녕에서 하는 YWAM(예수전도단) 수련회에 가게 되었습니다.
살면서 가장 감사한 일중에 하나로 그 수련회 기간에 받은 말씀인 '용서' 입니다.
저녁집회 강사로 오신 목사님의 말씀을 통해 첫날은 친구를 용서하게 되었고,
둘째날은 아버지를 용서하게 되었습니다.

둘째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고등학교 때까지 한마디 대화도 없었던 무뚝뚝한
아버지에 대한 용서였습니다. 같이 놀았던 기억도, 따뜻한 말한마디 없었던
아버지였기에 밤새 울면서 ‘하나님~ 저는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라고 외쳤지만
하나님께서 말씀을 통해, 아버지가 살아왔던 과거를 생각나게 하시면서 이해시켜 주셨고,
결국에는 밤 끝자락에 아버지를 용서하기로 결단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아버지를 용서했다고 해서 관계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은혜를 받은
제가 먼저 아버지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을 했습니다. 1분이상의 통화를 위해서 10가지질문을
적어놓고 차례대로 대화하기도 하고, 혼자 주무시려 할 때 옆에 가서 눕기도 했습니다.  새벽에
일나가실 땐 일부러 일어나 조심해서 다녀오시라고 인사도 드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온 몸이 오그라 들지만^^;) 끝까지 노력한 결과 아버지와 전화통화만으로 1시간을
넘은적도 있었고, 아버지가 살아왔던 인생의 지혜와 교훈, 과거에 어려웠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천국에 가셨지만 만약 그 수련회가 없었더라면, 그 말씀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후회하며 아버지를 떠올리며 살았을까 생각할 때 몸서리 쳐집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 그 말씀의 자리가 아직도 기억에 납니다.

그런데 그 목사님을 17년만에 밴쿠버에서 만났습니다. 사실 존함도 몰랐고, 아는거라고는
임 00 목사님이셨고, 당시 말씀을 전하고 쉬시던 옆 모습만 떠올릴 뿐이였습니다.
그분이 그분인줄 모르고 2주전에 같이 밥을 먹었습니다. 제 맞은편에서 식사를 하셨는데,
YWAM에서 사역하시는 목사님이라고 하셨습니다. 예전 생각이 나서

“예수전도단에서 아버지에 대한 용서를 강의하시는 분이 누구신지 아세요?”

라고 여쭈어 보았는데 한참 생각을 하시는데 아무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그때 갑자기 고개를 옆으로 돌리셨는데 당시  이미지와 너무 흡사한 겁니다. 그래서
설마...하는 생각으로 기억을 더듬다가 '그분이 임00 목사님 이셨지?' 하는데.... 처음
이분을 소개받을 때 승빈형제 아버지시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어...하면서 승빈형제 성이.....
임승빈이였습니다. 놀랐지만 혹시나 싶어서

“혹 1997년 여름 창녕에서 한 수련회를 기억하십니까?"

(약간 생각을 하시면서) “그날 저녁에만 제가 말씀을 전했지요!” 

너무 놀란 제 머리는 17년전의 그때 그 상황으로 오버랩되었고, 목사님께 그때 받았던
은혜로 아버지를 용서하게 되었고, 아버지와 친밀한 관계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목사님도  “그런일이 있었냐고?” 하면서 놀랬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때 그분은 바로 승빈형제 아버지신 임용순 목사님이셨습니다.
17년전 그분이 이렇게 가까이 살고 계셨다는걸 여태 몰랐네요.

 참 귀하고 놀라운 만남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