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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1-11-20 23:25  수정일: 21-11-20 23:25
사랑의 동심원 (2021년 11월 21일)
 글쓴이 : 이은진목사
조회 : 3,727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 〈꽃〉


신학교 졸업한 지 거의 30년이 지났을 즈음 미국에 사는 동창 한 명이 우리 86학번 동기생 밴드가 있다고 저를 초청 했습니다. 30년 만에 처음 연락이 된 많은 친구들이 열렬히 저를 환영해 주고 서로의 안부를 반갑게 주고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깐, 시간이 조금 지나 서로의 사역이 바쁘니 띄엄띄엄 소식 주고받다 어느 새 시들해 졌습니다.

두어 전 주 또 한 동창이 외국에 나와 있는 동창생들 모임이 있는 단톡방에 저를 초대했습니다. 학과를 초월해서 외국에 나와 살고 있는 86학번 동기생들 모임이었습니다. 캐나다, 미국, 호주, 중국, 베트남, 카작, 캄보디아 등에 흩어져 사역하고 있는 친구들이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기숙사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도 35년 만에 연락이 되어 반갑게 카톡을 주고 받았습니다. 함께 축구하던 이야기, 기숙사에서 통금시간 이후 몰래 야식 먹으러 나가던 이야기 등 추억에 푹 잠기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며칠 지나니 이런 단톡방이 있는 것도 잊은 채 또 지나갑니다.

한가지 신기한 것은, 밴쿠버 한인 사회가 그렇게 넓은 것도 아닌데 우리 교회에서 함께 믿음생활 하다 다른 곳으로 가신 분들을 거의 만나기 힘듭니다. 한인마트든 식당이든 가끔은 마주칠 것 같은데 몇 년이 지나도 거의 얼굴 보기 어렵습니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지만, 그렇다고 막 보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30년이 넘어 연락이 닿는 동기를 만나면 반갑지만 그때 뿐이고,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도 잠시 반가움이지 어쩔 수 없이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우리 성도님들은 매일 만나도 반갑고 좋습니다. 한 주 안 보이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많은 사람을 발 넓게 아는 것 보다, 내 삶과 사역의 반경 안에 있는 이 분들을 더 사랑하고 아끼라는 뜻 같습니다. 부모님들이 흔히 이야기 하시듯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습니다. 한 분 한 분이 다 소중합니다.

지난 주 감사나눔방에 올려야 하는 글을 밀알목장 단톡방에 잘못 올린 일이 있습니다. 30분 쯤 지나 두 방에 모두 속해있는 우리 목원이 저에게 다른 방에 글을 올린 것 같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아마 모두들 한 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겠지만 저도 순간 등에 땀이 쫙 나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 실수한 것 없나 싶어 급히 들어가 보니 공교롭게  감사제목 중 하나를 이렇게 기록하였습니다.
“내일 목장 기대되어서 감사합니다 (목원들 보고 싶습니다)”

청년들은 아직도 제가 잘못 올린 글을 자기네들 보라고 일부러 올렸다고 믿고 있습니다. 어쨌든 의도치 않게 우리 목원을 향한 사랑 고백이 들킨 것 같아 얼굴이 잠시 달아 올랐습니다.

우리교회에 최근에 등록하신 분들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 분들이 우리교회에 오지 않으셨다면 어디에서 마주친다 하더라도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었을 텐데,  지금은 안보면 궁금한 가족이 되어 있는 것이 고맙고 감사하고 신기합니다. 

하나님이 사랑의교회라는 지역교회 안에 우리를 영적가족으로 묶어 주셨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라고 그렇게 하셨습니다. 이 사랑의 동심원이 vip에게 닿아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면 그들도 우리에게 꽃으로 다가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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