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작성일: 21-04-17 16:27 수정일: 21-04-17 16:27
|
이불 킥 (2021년 4월 18일)
|
|
|
글쓴이 :
이은진목사
 조회 : 3,906
|
저는 노래를 잘 못합니다. 거의 음치 수준입니다. 목회자로서는 점수가 많이 깎이는 부분입니다. 부흥강사들이 설교하다 중간에 찬양도 멋지게 곁들이는 모습을 볼 때는 부럽기도 하지만 따라 할 엄두는 내지 못합니다.
지난 부활절 교회협의회 주최로 연합부활절 예배를 온라인으로 드렸습니다. 관례를 따라 부회장인 제가 사회를 보게 되었습니다. 사회를 맡으면서 제일 먼저 드는 걱정은 찬송을 인도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면 예배로 드리면 회중의 찬송 소리가 함께 울려 퍼지니 그런대로 괜찮은데, 온라인 상에서는 마이크를 앞에 둔 사회자의 목소리만 그대로 방송으로 나갈 확률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회협의회 임원들께 내가 노래를 잘 못하니 찬송 부를 때 옆에 마이크를 설치하고 함께 불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겠노라고 약속을 받았는데, 라이브로 방송이 시작되면서 모두 정신이 없었나 봅니다. 사회자인 제 마이크 소리만 퍼져 나가는 것입니다. 옆에 도울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최대한 마이크와 멀리 떨어지려고 했습니다. 아, 그런데 눈치 없는 한 목사님이 마이크를 제 입 가까이 갖다 대 주는 것입니다. 등에 땀이 났습니다. 그래도 곁에 함께 참석한 목사님들이 큰 소리로 함께 찬양을 불러 주셨기 때문에 어느 정도 커버가 되었겠지 라고 위안을 삼았습니다.
방송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와 딸 예린이가 기다렸다는 듯 저를 보고 박장대소합니다. 집에서 유튜브로 예배를 드렸는데 제 찬송 소리에 둘이서 웃음을 참지 못했나 봅니다.(적인지 동지인지…)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그럴까 싶어 나중에 예배 실황이 올라온 유튜브를 찾아 보았습니다. 아………. 유튜브가 이 땅에서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하필 교회협의회 연합으로 드린 예배에, 공교롭게 이 날은 접속자도 많았습니다. 저에게는 평생 ‘이불 킥’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저는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그리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떻게 사람의 목소리로 음정을 정확하게 잡아내어 발성할 수 있는지 신기합니다. 음정을 정확히 잡을 뿐 아니라 특유의 음색을 덧입혀 가사에 몰입 한 표정으로 노래하는 분들을 보면 이게 예술이구나 싶습니다. 그 노래가 사람을 힐링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특별하고 놀라운 재능입니다.
노래를 잘 부르고 싶지만, 지금이라도 배우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배워도 안 될 뿐더러, 제가 잘하는 분야에 더 시간과 정성을 쏟는 것이 맞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것은 청년에게 주어진 특권이고, 중년에 접어 들어서는 잘하는 것을 취사 선택하여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것 같습니다. 좋은 책 더 많이 읽고 말씀을 묵상하고 연구하는 일에 더욱 전념하겠습니다. 우리 교회에서 찬양인도를 잘하는 분이 많이 계셔서 참 감사합니다. 저는 말씀을 제일 잘 전하는 사람이 되어서 ‘이불 킥’을 만회 해 보겠습니다.
*이불 킥
자려고 누웠을 때, 부끄럽거나 창피스러운 일이 불현듯 생각나 이불을 걷어차는 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