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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2-12 20:52 수정일: 20-12-1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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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의 첫 세 가게 (2020년 1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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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은진목사
 조회 : 4,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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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캐나다에 와서 일한 곳은 토론토 북쪽 흑인들이 밀집한 지역에 있는 그로서리 가게였습니다. 아파트 세 동이 삼각형처럼 서 있고 그 가운데 있는 작은 가게였는데, 아파트 주민의 90% 이상이 흑인이었습니다. 거의 매일 마약을 사고 파는 광경을 목격하고, 경찰 순찰차가 하루에 몇 번씩 들르는 곳이었는데 별 탈 없이 육 개월 정도 일했습니다. 제가 일한 지 육 개월 만에 주인이 가게를 팔고 나가는 바람에 저도 일을 그만 두게 되었는데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가게입니다. 캐나다에서 임금을 받고 일 한 첫 가게였기도 했고, 무엇보다 두 주마다 페이데이가 되면 주인 아주머니가 하얀 봉투에 급료를 넣어 고마운 마음으로 전달해 준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두번째 일한 곳은 식료품, 야채, 델리까지 갖춘 규모가 꽤 큰 가게였습니다. 제가 한 일은 물건을 채워 넣는 일이었는데 워낙 바쁜 가게라 아래 층 창고를 쉴 새없이 오가며 stock을 채우느라 육체노동의 맛을 경험했던 곳입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델리에서 직원들에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었는데 콜라와 함께 먹었던 그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가게에서 제일 좋았던 기억은 매 주 수요일 외부 배달을 나간 것입니다. 주위에 거동이 불편한 노인분들이 전화로 식료품을 주문하면 매 주 수요일 배달해 드렸는데 그 임무를 제가 맡았습니다. 거의 백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셨고, 배달 가면 들어오라고 하시면서 꼭 이것 저것 말을 시키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서투른 영어로 말벗이 되어 드리고 나오면 손에 1불, 2불 팁을 쥐어 주시는데 그 짠한 느낌이 아직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 때 살던 아파트에 제 또래 청년이 보여 전도를 하게 되었는데, 바로 우리 아파트 윗층에 사는 누나네에 온 유학생이었습니다. 누나네가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데 저에게 그 가게에서 꼭 일해 달라고 간청을 하는 바람에 일하던 가게를 그만 두고 여기서 신학대학원 들어가기 전까지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곳이 저에게 가장 특별하고 기억나는 곳입니다. 그 당시 30대 초반의 사장님 부부였는데 급료도 다른 곳보다 거의 두 배를 주셨을 뿐 아니라, 저를 완전히 신뢰하고 가게를 맡겨주었습니다. 이틀 정도 업무를 가르쳐 주시더니 ‘작은 가게라 뭐 어려운 것 없을거예요? 내일부터 혼자 해 보세요’라고 하더니 정말 다음 날부터 제가 출근하자 마자 사라져 버리고 마감 때 들어오는 것입니다.
이 가게는 6/49 티켓이 특히 많이 팔리는 가게였는데 추첨이 있는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에는 정신없이 바쁩니다. 하루는 상금이 누적되어 밀려드는 손님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바빴던 날이 있었는데, 그 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쉬다가 옷 호주머니에 지폐가 가득 차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너무 바빠서 손님들에게 받는 돈을 캐쉬대에 넣을 짬도 없어 양쪽 호주머니에 넣어두고 나중에 정리한다는 것이 까맣게 잊고 그대로 퇴근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바로 돈을 챙겨 위 층으로 올라가 전달을 해 드렸는데 마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생긴 것처럼 웃는 두 분의 모습 속에서 나를 신뢰하는 마음이 강하게 느껴졌고, 그것이 그렇게 든든하고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누군가를 신뢰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누군가에게 신뢰받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를 경험하게 해 준 이 가게와 두 주인부부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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