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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6-27 19:54  수정일: 20-06-27 19:54
말 그릇 (2020년 6월 28일)
 글쓴이 : 이은진목사
조회 : 4,723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담는 그릇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크기에 따라 말의 수준과 관계의 깊이가 달라진다. 일명 말 그릇이 큰 사람들은 누군가를 이용하기 위해 혹은 남들보다 돋보이기 위해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갈등을 극복하고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말을 사용한다. 그래서 말 그릇이 큰 사람 주변에는 자연히 사람들이 모여들게 마련이다.

말 그릇이 큰 사람들은 공간이 충분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고 받아 들인다. 조급 하거나 야박하게 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게 아니라’, ‘너는 모르겠지만’, ‘내 말 좀 들어봐.’ 하며 상대의 말을 자르고 껴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랬구나.’, ‘더 말해봐.’, ‘네 생각은 어때?’라고 하면서 상대방의 입을 더 열게 만든다.

이런 사람들은 말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말과 사람을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아무리 날카로운 말로 자신의 마음을 쑤셔대도 그것 때문에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흔들리거나 상처받지 않는다. ‘네가 나를 비난하거나 원망한다고 해서 내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 ‘너는 말로써 내 모습에 상처를 낼 수 없어.’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말은 수단이지 본질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타인의 분노에 휩쓸려 대항 하지도 않고, 설령 말에 넘어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순간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안다.
 
한 번 들어온 말은 쉽게 흘리지도 않는다. ‘이건 비밀인데 말이야.’,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너만 알고 있어’와 같은 가벼운 약속은 하지 않는다. 말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제대로 알고 있다.

그러나 분명하게 말해야 할 상황에서는 물러서지 않는다. 정갈하고 정확하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딱 필요한 순간에, 꽉 찬 말이 나온다. 그것은 세련된 말과는 다르다. 기교가 아니라 기세에 가깝다. 약간 촌스러울지 몰라도 경박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아도 안정되어 있다. 그러니 자연스레 귀를 기울이게 된다. ‘끌리는 말’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반대로 말 그릇이 작은 사람들은 조급하고 틈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의 말을 차분하게 듣질 못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로만 말 그릇을 꽉 채운다. 상대방의 말을 가로채고, 과장된 말을 사용하고, 두루뭉술한 말 속에 의중을 숨긴다. 그래서 화려하고 세련된 말솜씨에 끌렸던 사람들도 대화가 길어질수록 공허함을 느끼며 돌아선다.

특히 말 그릇이 작은 사람들은 평가하고 비난하기를 습관처럼 사용한다. ‘객관적으로 말이야.’, ‘다 그렇게 생각해’와 같은 말로 자신의 의견을 포장하지만 사실 ‘옳고 그름의 기준’을 언제나 자신에게 둔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평가와 비난은 참아 내질 못한다. 상대방의 말에 쉽게 출렁이고 넘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감정을 보듬어주지 못할 뿐더러 지레 겁을 먹고 물러나거나 때론 먼저 상처를 준다. 오로지 자신의 감정, 상황, 입장만 설명하고 이해 받으려고 한다. 상대방의 말 속에서 ‘본심’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질 않는다. 사람을 위해 말하기보다 말을 하기 위해 사람을 불러 모을 뿐이다.

말에 힘이 없으니 힘이 생길 때까지 생떼를 쓴다. 말이 격해지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일도 자주 생긴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의도로 시작된 대화라고 해도 실제로 마음에 와 닿는 말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이것을 ‘내가 말주변이 없어서’,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줘서’라고 생각한다. 말 그릇이 부족한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말 그릇’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서론 부분이 워낙 강렬하게 마음에 와 닿아 그대로 옮겨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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