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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1-05-08 14:46  수정일: 21-05-08 14:46
어머니 (2021년 5월 9일)
 글쓴이 : 이은진목사
조회 : 245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 목회지를 따라 한산도 섬에 있는 중학교로 전학을 갔습니다. 첫 시험을 보았는데 전교 1등이 나왔습니다. 그 학교는 각 학년 전교 50등까지의 순위를 학교 게시판에 게시합니다. 전학 온 아이가 첫 시험부터 전교 1등을 해서 좁은 섬바닥에 소문이 금세 퍼졌습니다. 우리 교회에 보건소 소장으로 일하시는 여 집사님이 계셨습니다. 학교 게시판에 자신의 담임목사 아들이 전교 1등에 올라 와 있는 것을 보고 무척 좋으셨나 봅니다. 하루는 저희 집에 와서 선물을 하나 사 줄테니 무엇이든 원하는 것 있으면 말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순간 제 머리속에 떠오른 것은 학용품과 참고서였습니다. 뭘 고를까 입으로 우물쭈물 하고 있는데 옆에 계신 어머니가 안절부절 못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자꾸 당신의 손목을 만지작거리며 저에게 뭔가 텔레파시를 보내는 것 같았습니다. 그걸 보신 눈치 빠른 집사님이, “너 시계가 필요하겠구나” 하시며 시계를 선물 해 주셨습니다. 그 당시 손목시계는 있는 집 아이들이 차는 것이어서 생각지도 못했는데 뜻하지 않은 큰 선물을 받게 되었습니다. 제 생애 첫 시계, 은색 빛나는 알루미늄 쉐이코 시계였습니다. 지금도 가끔 시계를 볼 때면 체면 무릅쓰고 손목을 만지작거리며 안절부절 못하시던, 벌겋게 상기된 어머니 그 모습이 떠오릅니다.

캐나다에 부모님이 먼저 목회초청을 받아 이민을 오셨고 저와 동생은 학교 졸업 후 2년 후 캐나다로 들어왔습니다. 캐나다 온 다음날부터 부모님이 저를 끌고(?) 다니시면서 영어때문에 처리하지 못한 여러 일들을 하나하나 해결하셨습니다. 지난 2년간 다른 사람의 손을 빌어야만 했던 일인데, 아들이 와서 처리해주니 속이 시원하다고 하셨습니다. 돈 들여 공부시킨 보람이 있다고 연신 싱글벙글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학벌이 낮습니다. 영어 알파벳도 끝까지 모르십니다. 캐나다 와서 무료 이민자를 위한 영어학교에 열심히 다니시면서 나중에는 학벌이 더 좋은 아버지보다 영어를 훨씬 잘 하게 되셨습니다. 어느 날인가 어머니가 영어학교에 다시시며 공부한 노트를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마치 지렁이 기어가는 듯 한자 한자 그림 그리듯 필기한 영어단어를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연필을 꾹꾹 눌러가며 쓴 그 한 글자 한 글자는 제가 배운 수천 단어보다 값지고 존귀해 보였습니다.

몇 년 전 얼굴에 눈 주위가 붓고 가려운 증상이 심했습니다. 런던드럭에 약을 사러 갔더니 아무래도 대상포진 같다고 했습니다. 패밀리닥터를 만났더니 역시 대상포진 같다고 스페셜 닥터를 연결시켜 주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눈 주위에 나는 대상포진은 실명의 위험까지 있는 위험한 질환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들으신 어머니는 어떠냐고 매일  전화하시고 이런 약 저런 약 발바리 싸서 하루가 멀다 하고 전해 주고 가시곤 하셨습니다. 다행히 대상포진이 아니었고 시간이 지나 잘 아물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때는 어머니가 병원에서 췌장암 진단을 받으신 때였습니다. 우리에게 말씀을 하지 않으셔서 모르고 있었습니다. 후에 시간이 지나 병세가 악화되시고 호스피스에 입원하셔서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시면서 그러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너 대상포진 걸렸을까봐 내가 암 진단 받은 사실도 모르고 지나갔다 “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단어가 왜 ‘어머니’인지, Mother’s Day를 맞이하여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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