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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9-06-01 22:54  수정일: 19-06-01 22:54
안정적인 목사와 도전적인 가정교회 (2019년 6월 2일)
 글쓴이 : 이은진목사
조회 : 5,086  
Babolat Pure Drive, #2, 4 ¼, Rpm blast 18, 52lb

약 6년 전 저에게 테니스를 가르쳐 준 한 목사님이 있습니다. 저보다 다섯 살 많은 형님같은 목사님인데, 건강을 위해 테니스를 꼭 배워야 된다고 거의 반강제로 저를 끌고 다니며 테니스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나중에 목회 은퇴하면 자기와 파트너로 테니스를 칠 사람을 만들어 놓아야 된다고 열과 성을 다해 가르쳐 주셨는데, 정작 그 목사님은 목회지를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으로 옮겼습니다.^^

첫 줄에 있는 암호같은 영문자를 풀이하면, 라켓종류는 바블렛 퓨어드라이버, 라켓크기는2호, 손에 잡히는 핸들 사이즈는 4 ¼, 스트링 종류는 Rpm blast, 스트링 매는 텐션은 52파운드 라는 뜻입니다. 처음 장비를 구입할 때 목사님이 저에게 세팅해 준 품목과 번호입니다. 저는 아직도 저 번호들이 왜 좋은지, 줄은 왜 저 강도로 매야 되는지 이유를 모릅니다. 치다가 라켓이 부러지거나 줄이 끊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항상 여분의 라켓을 하나 더 가지게 되는데 저는 두 라켓의 종류와 줄과 텐션이 똑같습니다. 
 
제 동생도 테니스를 칩니다. 그런데 동생이 사용하는 라켓은 다 종류가 다릅니다. 스트링도 다르고 줄을 매는 텐션도 높였다 낮췄다 반복합니다. 하나를 치다가 잘 안 맞으면 다르게 세팅 된 것을 바꾸어 칩니다. 변화무쌍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이 안됩니다. 내 손에 딱 맞게 조정된 것이 문제가 생기면 그것과 똑같은 것을 가지고 쳐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달라진 것을 잡으면 뭔가 어색하고 헤매게 됩니다.

제 성격을 좋게 표현하면 일관성이 있고 진득합니다.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손에 가는 것이 정해 져 있습니다. 식당을 갈 일이 있어도 가는 데만 갑니다. 운전을 하면 모르는 길은 결코 시도하지 않습니다. 빙빙 돌아가도 다니던 길로만 갑니다. 고지식하고 변화나 모험을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이 가정교회를 선택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해 오던 방식을 접고 새로운 구조, 새로운 정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재 조정해야 하는 틀을 붙들었다는 것이 스스로 생각해도 놀랍습니다.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수평이동을 막는 배수진을 쳐야 한다는 생각에 며칠 밤을 뒤척이며 고민했습니다. 우리교회에 유익이 아닌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가정교회가 맞다는 확신이 너무 선명했기에 교회 앞에 가정교회로의 전환을 선포하였습니다. 한 번 선포하고 나서 뒤돌아보지 않고 십 수년 째 달려오고 있습니다. 

가정교회 안에서 많은 열매를 맺을 때도 있었고 위기도 있었습니다. 부흥기도 있었고 침체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 중에도 바른목회를 하고 있다는 확신은 변함이 없습니다. 예전처럼 많은 열매를 맺고 목장마다 살아있는 간증이 쏟아져 나오던 때가 아닌 때에 집회인도 초청을 받게 되어 마음이 좀 무거웠지만, 이 시절에 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또 있기에 여전히 담대함으로 행복한 신앙생활을 전하러 갑니다. 고지식하고 모험과는 거리가 먼 나에게 가정교회를 붙들게 하신 하나님께서, 40년 전통의 교회 위에도 시대적 변화를 꿈꾸는 은혜를 허락하실 것을 믿으며 맡기신 심부름 잘 하고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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