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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9-09-29 17:56 수정일: 19-09-2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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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람데오 (2019년 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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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은진목사
 조회 : 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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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길치에 속합니다. 운전 할 때는 방향 감각도 무뎌지고 익숙한 길이 아니면 감히 시도를 하지 않습니다. 가끔 익숙한 길을 네비가 다른(빠른) 경로를 설정해 줄 때가 있습니다. 아주 당황스럽습니다. 그때는 네비를 꺼버리고 제가 아는 길을 가야 안심이 됩니다.
저의 길치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 같습니다. 1980년 대 후반 부모님이 먼저 캐나다 토론토에 오셨는데 네비도 없던 그 시절 아버지가 밤 새 길 헤매며 새벽녘에 겨우 집에 들어오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하도 헤매서 집으로 오는 길목마다 검은 돌들을 세워 표시를 해 놓기도 하셨는데 막상 돌아 올때는 돌들이 사라지는 바람에 또 헤매셨다고 합니다.
이에 반하여 어머니는 길 눈이 거의 네비 수준입니다. 한 번 가 본 길은 오랜 후에 가도 왼쪽, 오른쪽 방향을 정확하게 잡아내십니다. 아버지 옆에서 네비 역할을 해 주시던 어머니가 돌아가가시고 나서 아버지는 다시 옛날 상황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혼자 길을 잃고 헤매실 가능성이 있는 아버지를 위해 동생이 위치추적 앱을 아버지 폰에 깔아드렸습니다. 그리곤 저에게도 링크를 보내 함께 깔았습니다. 저와 아버지, 그리고 동생이 한 링크로 묶여 있습니다. 지난 번 가족여행 때 이 앱 덕분으로 동생 덕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운전을 하고 있으면 달리는 속도까지 표시가 되고 상대방의 전화기 밧데리가 몇 퍼센트 남았는지도 기록이 됩니다.
이 앱이 깔리고 나서 하루에 몇 번씩 앱을 무의식적으로 보게 됩니다. 아버지가 어디 계시나, 동생은 어디서 뭘하나 하고 틈틈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아버지 활동범위는 써리 집근처를 벗어나는 적이 거의 없습니다. 장을 보시러 가는 월마트와 한남 정도가 지금은 외출하는 거의 전부입니다.
반면 여행 가이드를 하는 동생은 홍길동입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입니다. 휘슬러에 있다 싶으면 시애틀에 내려가 있고 빅토리아에 들어갔다 싶으면 캠룹, 켈로나를 지나 로키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로키에서도 쟈스퍼에 있는지 밴프에 있는지 한 눈에 들어옵니다. 밴쿠버에 돌아오면 사무실에 들렀다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가끔 시간 내어 랭리 남쪽에 운동하러 내려갑니다. 이 틀에서 벗어나는 적이 거의 없습니다.
제가 두 명의 위치를 들여다보듯이 동생도 24시간 제 위치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 심방이나 미팅을 위해 제 활동영역 밖에 있으면 어디서 뭐하냐고 문자가 즉각 옵니다.^^
문득 누군가가 보고있는 나의 활동범위가 어떤가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가는 것으로, 요일 별 정해 진 목사회나 모임 등에 참석하고, 낮 시간에는 보통 커피샾(제가 단골로 가는 와이파이가 되는 조용한 곳)에 앉아 목회계획이나 준비 등에 시간을 쏟고, 심방이나 미팅 요청이 있으면 이동하고, 저녁에는 집 혹은 삶공부 인도로 교회에 있고, 오전에 두 어번 운동을 합니다. 아무래도 목회계획이나 설교준비 등 정신적인 소모가 많고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잦은 일상인 것 같습니다.
‘코람데오’(Coram Deo)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라는 라틴어입니다. 동생이 깔아 준 앱은 나의 피지컬한 위치가 파악되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마음의 생각과 동기까지 위치 파악이 가능합니다. 아이들에게 위치 앱을 공유하자고 권유했더니 둘 다 질색팔색을 합니다. 아빠와 공유할 수 없는 자신들의 프라이버시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우리 안에 계신 성령님으로 인해 하나님 아빠와 24시간 전 존재가 공유됩니다. 이것이 저에게 구속과 불편함으로 다가오지 않고 보호와 사랑으로 다가오니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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