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4-10-21 09:35 수정일: 24-10-2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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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와 여행가이드 (2024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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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은진목사
 조회 :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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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한국에서 네 개의 교회 스물 여덟 분이 휴스턴 서울교회 평신도세미나를 참석하고 밴쿠버에 들러 4박 5일 간 여행을 하고 돌아가셨습니다. 모두 가정교회에서 오신 성도님들과 목자 목녀님들이셔서 제가 중간에 어레인지를 맡게 되었습니다. 세 개의 큰 Airbnb 숙소를 예약하고, 여행일정은 가이드 일을 하는 동생에게 전적으로 부탁하였습니다.
처음으로 동생이 가이드로서 하는 일을 옆에서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대형버스를 예약하는 일, 세 군데 숙소를 대형버스가 들어갈 수 있는지 직접 답사하면서 동선을 만드는 일, 빅토리아 페리를 예약하고 부챠드 가든을 예약하는 일, 매 끼 식당을 예약하는 일 등 할 일이 생각보다 많고 까다로웠습니다. 아침 식사는 각 숙소에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첫 날 일정을 마치고 들어가면서 마트에 들러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게 하는 일까지 아주 세심한 작업이었습니다.
밴쿠버 시내투어와 빅토리아 일정에 동행하면서 각 명소와 지역에 대한 가이드 설명을 통해 저도 처음으로 알게 된 정보들이 많습니다. 차이나 타운이 쇠락의 길을 걷는 이유, 헤이스팅 거리의 노숙자들에게 정부가 제공하는 마약, 개스타운과 증기시계의 역사, 빅토리아 주청사를 설계한 영국인의 파란만장한 삶, 캐나다 초기역사의 프랑스와 영국의 전쟁 그리고 미국과의 전쟁, 원주민의 역사와 정부의 시책 등에 대해 재미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원고 하나없이 역사와 연대, 지명, 배경까지 술술 설명하는 동생이 좀 신기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손님들이 중간중간 던지는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이 바로 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동생을 무시했던 것을 속으로 회개하였습니다.
일정이나 예약 가운데 하나라도 삐끗 했더라면 전체 일정이 뒤틀릴 수 있었지만 한 번의 사고나 어려운 일 없이 스물 여덟 분의 여행이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동생이 가이드 일을 잘 하는구나 하는 것을 진심 느꼈고 그 이유도 보였습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전문성이 있었고, 자신이 가진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었고, 손님들을 일회용이 아니라 오랜 고객처럼 섬기는 서비스 정신이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의 일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런 마음과 자세라면 무엇을 해도 성공하겠다 싶었습니다.
멘트 중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여러분, 가이드와 목사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요? 네, 목사가 훨씬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가이드는 매 번 새신자가 오기 때문에 한 말을 그대로 반복하면 되지만, 목사님들은 매 주일 새로운 설교를 짜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멘트에 모두 웃음이 터졌지만 전 웃음 대신 왠지 강한 도전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일에 대해 전문적 식견을 갖추고 최선을 다해 손님들을 섬기고 있는 동생처럼 난 과연 성경의 전문가인가!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는가! 쉽고 재미있는 언어로 설교하는가! 목회를 진정으로 즐기고 있는가!
즐거운 여행 중 때 아닌 각성의 마음과 함께 저는 목사보다 가이드가 훨씬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섬기면 그 일이 곧 소명(Vocation)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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