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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2-23 21:12  수정일: 20-02-23 21:12
은혜 코드 (2020년 2월 23일)
 글쓴이 : 이은진목사
조회 : 4,739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목회지를 따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머물렀던 한산도에 전학가게 되었습니다. 처음 전학 가서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자습 시간에 떠드는 학생들을 반장이 직접 불러내어 손바닥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반장이지만 마치 선생님인양 같은 동료를 때리는 모습이 너무나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학기에 제가 덜컥 반장으로 선출되어 버렸습니다. 다행히 학우들이 정숙을 유지해 주어서 매를 들 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딱 한번 유독 떠드는 두 친구가 있어 불러내어 손바닥을 때려야만 했습니다. 그 때의 어색함은 지금까지도 생생합니다. 역시 그 일은 저에게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너무나 부자연스러웠습니다.

각 사람에게는 각자에게 맞는 옷이 있습니다. 그 옷을 입었을 때에 가장 잘 어울립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저의 목회에 ‘은혜’라는 코드의 옷을 입혀 주셨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은혜만을 끊임없이 외치고 싶습니다. 그 옷을 벗으면 저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목회하면서 성도들의 삶의 변화를 의무감과 죄책감에 호소하지 않으려고 결심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마음가운데로 흘러갈 수 있는 통로로만 쓰임 받고 싶었습니다. 의무감이나 정죄감보다 은혜의 힘이 더 강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은혜는 온유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약해 보이기도 합니다. 카리스마도 없어 보입니다. 그럴 땐 옷을 한 번 바꿔 입고 싶은 마음이 불쑥 생겨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옷은 나에게 너무나 어색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럴수록 오히려 은혜의 옷을 더 꽉 껴입습니다.

은혜는 한 사람을 향한 기대를 내려놓지 않고 기다리게 만드는 마음입니다. 언젠가는 예수님을 영접하여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언젠가는 성장하여 예수그리스도의 제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입니다. 그래서 은혜는 기도와 진심을 통하여 흐르게 됩니다. 나를 의지할 수 없으니 기도하게 되고, 의무감과 죄책감에 호소할 수 없으니 진심을 바칩니다. 목회하는 날 동안 내게 주신 이 은혜 코드를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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